추석 연휴를 앞두고, 2009년 구(舊)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을 상대로 한 정부의 ‘노조 아님 통보’를 취소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조 활동을 하다가 해직된 공무원들은 2009년 노조 아님 통보 취소 공문을 요구하며 세종시 고용노동부 로비에서 2주 가까이 노숙 농성을 하고 있으며, 공무원노조는 ‘정부의 구 공무원노조 노조 아님 통보’에 대한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했다.
공무원노조는 28일 “해고와 민주노조 탄압에 맞서 공무원해직자들이 하지 않은 것이 없다. 올해 7월 30일부터 8월 27일까지 약 한 달간 전국 순회 대장성을 진행했으며, 지금도 노조 탄압의 피해당사자는 2009년 노조 아님 통보 취소 공문을 받기 위해 고용노동부 로비에서 13일째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고용노동부는 피해자들의 요구에 답변하지 않고 있다”며 “공무원노조 136명의 해직자 중 벌써 여섯 명이 사망하고, 43명은 정년이 지났다. 국가인권위에 이러한 피해와 권리 구제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간경화 3기임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 1층 로비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공무원노조 희생자원상회복투쟁위원회 부위원장 김민호 씨는 지난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주민등록(‘노조설립필증’을 비유적으로 표현)이 말소되어 너무나도 큰 피해를 당했다. 위헌이며 위법한 등기말소이다. 종북좌파 불법단체로 낙인찍어 10년 넘게 죽음의 고통으로 몰아넣어 병들고 쓰러져 가는 사람들이 발생했고, 실제로 목숨을 잃은 분들이 생기고 있다”며 “왜 이 정권이 범죄정권이 저지른 악질적 말소행위를 취소하지 않고 불법상태로 남겨두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공무원노조에 따르면, 28일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노조와의 면담에서 “노조 아님 통보로 발생한 피해자와 그 외 다수의 해직자들에 대해서는 전교조 대법원 판결과는 별개의 사건으로, 아쉽게 생각한다”라며, 구 공무원노조의 노조 아님 통보 취소 처분은 어렵다고 밝혔다.
舊공무원노조 노조아님통보 취소해야 하는 이유
전교조 대법판결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 위법”
국가인권위·ILO 권고 “해당 시행령 삭제해야”
앞서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고용노동부는 9명의 해직교사들을 품고 있다는 이유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노조 아님을 통보했다가, 최근 대법원이 위법한 행정조치라고 판단함에 따라, 7년 만에 통보를 취소했다. 이로서 노조 아님 통보로 해직됐던 노조 전임자 선생님들도 그리워하던 학교로 복귀할 수 있었다. 각계는 이 같은 판결과 후속 조치에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도 “기본적인 법리를 확인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런데 그보다 이전에 ‘노조 아님’ 통보로 힘든 시기를 보낸 단체가 있었으니, 구 공무원노조다. 구 공무원노조는 지난 2009년 10월 20일 이명박 정부로부터 4명의 해직공무원을 품고 있다는 이유로 노조 아님을 통보받았다. 이후 대규모 징계 및 해고 등 구 공무원노조에 대한 국가의 전방위적인 탄압이 이루어졌는데, 이 때문에 노조탄압 피해자가 양산되고 구 공무원노조는 와해되다시피 했다.
이후 새로운 공무원노조가 설립되고, 피해 공무원들에 대한 복직 및 권리회복 등을 요구하는 운동이 전개됐으나, 여전히 고용노동부는 구 공무원노조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지 않고 있다. 노동부는 과거 구 공무원노조가 노조 아님 통보 취소 소송을 전개하다가 중도에 취하했다는 이유로 “노조 아님 통보 취소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동부 노조 아님 통보 등으로 피해를 본 공무원노동자들이 보기에 노동부가 직권으로 이를 취소할 수 있는 근거는 차고 넘친다. 대법원이 전교조 노조 아님 통보가 위법하다고 판결했고, 국제노동기구(ILO)가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의 단결권을 보장하라고 여러 차례 권고했으며, 국가인권위원회도 노조 아님 통보의 근거로 활용된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을 삭제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공무원 노동자들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고용노동부 앞에서 13일째(28일 기준) 천막 농성을 벌이고, 공무원노조가 재차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한 이유가 여기 있다.
민주노총 법률원은 “올해 9월 3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로 법외노조통보의 근거인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이 위법한 것으로 확인된 점, 전교조 법외노조통보처분 직권취소와의 형평성을 고려하면, 공무원노조 법외노조통보처분을 존속시킬 필요가 없게 됐다”라며 “나아가 행정청의 위법상태 시정, 위법한 처분으로 인한 희생자 구제, 그리고 국가의 기본권존중의무에 비추어 법외노조통보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할 공익상 필요도 있다”고 짚었다.
이어 “따라서 고용노동부 장관은 위와 같은 사정변경 및 공익상 필요를 감안하여 이 사건 법외노조통보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하여 위법상태를 시정하고 국가의 기본권존중의무를 이행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28일 고용노동부는 구 공무원노조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처분 취소 요청에 “어렵다”는 입장을 답변 공문을 통해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답변 공문에서 “우리부의 노조아님 통보에 대하여 구 공무원노조가 제기한 취소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통보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고, 원고의 항소 취하로 이 판결이 최종 확정된 점, 구 공무원노조와 관련된 법률적 문제를 해소하여 귀 노조가 현재 합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귀 노조에서 요청한 노조아님 통보 취소는 어렵다”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