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지부 판매지회

“총연맹, 산업전환 위한 산업 포괄 조직화 당장 준비해야”

전환기 자동차산업과 노동 대응 방향 토론회 … “금속노조 중심 ‘노동 2025 전략’ 수립해야”

코로나 19와 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금속노조 안팎에서 산업전환에 관한 논의가 뜨겁다. 자본은 새로운 기술로 또 다른 시장이 열릴 거라는 장밋빛 미래를 그린다. 한편, 노동자는 내연기관의 쇠퇴로 구조조정 광풍이 몰아닥칠 거라는 음울한 미래를 그리기도 한다.

낙관론과 비관론 사이에서 노동자들은 좌충우돌할 수밖에 없는 걸까? 금속노조는 노동자의 미래는 노동자가 만들어야 한다는 대전제 아래 산업전환기 자동차산업 동향과 노동의 대응 방향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금속노조가 6월 24일 오후 노조 회의실에서 ‘전환기 자동차산업과 노동의 대응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노동이 주체로 참여하는 ‘정의로운 산업전환’이 ‘친재벌·노동배제 산업전환’의 대안이 되어야 하며, 산업전환이 부품사와 부품사 노동자의 희생을 전제하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산업전환을 두고 정부와 자본이 먼저 움직였다. 정부는 지난 5월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출범하고, 전환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 정책 방점은 ▲수소 관련 인프라 구축 ▲UAM·PAV 실증사업 및 규제 특례 등 현대차 지원에 찍혀있다.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이 6월 24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금속노조 4층 회의실에서 '전환기 자동차산업과 노동의 대응방향 토론회'를 열고 있다. 변백선

반면 부품사 관련 정책은 방치 수준이다. 내연기관 전속 부품사 2,800여 개 중 1,000개 업체에 대해서 전환 지원을 약속했다. 나머지 1,800개 업체는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식이다.

자본은 노동배제 산업전환 계획을 급격하게 쏟아내고 있다. 올해 초 기아자동차가 주주총회를 열고 ‘자동차’를 뗀 ‘기아’로 사명을 변경했다. 자동차 제조회사 이미지를 벗고 종합 모빌리티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기아차만이 아니다. 현대차는 작년 말 공개한 <2025 전략>을 통해 내연기관 등 기존 사업을 줄이고, 전동화와 수소사업 투자를 10조 4천억 원에서 14조 9천억 원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와 자본이 각종 대책과 계획을 쏟아내고 있지만, 노동조합에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발제를 맡은 이광규 전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문재인 정부가 “재벌 중심의 성장 우선주의라는 프레임을 답습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광규 전 국장은 “재벌 중심 산업정책은 사람의 삶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이광규 전 국장은 “자동차 패러다임 변화 가속화로 일자리 축소 경향이 나타나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 노사관계 대신 고객중심 노사관계가 확대하면 노동자끼리 분절화, 파편화된다”라며 “최근 화제인 능력주의는 집단노사관계 대신 개별노사관계를 전제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고객중심 노사관계는 고객을 앞세운 ‘자본 주도·이윤중심 신노사협조주의’를 뜻한다.

그렇다면 올바른 산업전환을 위해서 노동조합은 무엇을 해야 할까? 이광규 전 국장은 “자본과 정부의 대응을 노동배제 전략으로 규정하고, 노동정책을 중심으로 세우는 대응에서 시작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노동을 중심축으로 두고 교통, 환경, 재벌개혁 등 사회의 재구성을 위한 운동으로 확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광규 전 국장은 “노동자가 주체로 참여하는 정의로운 전환 등 대안의 상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자본에 맞서 노동조합이 각개약진과 수세적 대응을 중단하고,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통일·전략·집중적으로 맞불을 놓을 수 있는 ‘노동 2025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안재원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장이 6월 24일 '전환기 자동차산업과 노동의 대응방향 토론회'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미래차 전략과 노조의 대응방향'에 대해 발제를 하고 있다. 변백선

안재원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장은 산업전환기 노동의 대응 방향을 ▲의제 확장 ▲노동 주도 전환 추진으로 정리했다. ▲의제 확장은 자본이 주도하는 친환경차, 미래차 확대 등에 그치지 말고, 한국사회의 질적 변화를 위한 총체적인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노동 주도 전환 추진은 자본 주도 전환 저지를 넘어서 산업전환 과정에 노동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개입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안재원 노동연구원장은 “현대차는 생산 재조직 수준이 아니라 기업문화 전체를 바꾸겠다는 그룹 차원의 계획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라며 “노조도 이에 걸맞은 경영개입 확대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방향을 제시했다.

안재원 연구원장은 특히 산업과 업종을 뛰어넘는 조직화 전략을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이 종합 모빌리티 회사로 전환을 선포한 이상 금속노조는 모빌리티 벨류 체인 전체를 조직 대상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안재원 원장은 “배터리는 화섬노조, 플랫폼 노동은 서비스연맹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기존 산업 구획에 제한받지 않는 조직화가 필요하다”라면서 “민주노총이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위해 산업 전체를 포괄하는 체계적인 조직화 전략을 당장 준비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