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 정의로운 전환 정책토론회 열어 ··· “노동자 참여, 산업ㆍ업종교섭으로 기후위기 대응해야”
한국 자동차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금속노조, 정부, 업계가 한자리에 모이는 이례적인 토론회를 열었으나, 이견과 자본의 욕심만 드러낸 채 마무리했다.
노·사·정은 기후위기가 촉발한 산업전환의 불가피함과 전환 속도에 따라 공동의 준비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총론에 대체로 동의했으나, 각론에서 의견을 달리했다.
금속노조는 정부 전환 정책이 미흡하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정부는 노조가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관한 분명한 견해를 밝히는 일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자본은 노조법 개악이 우선이라고 본색을 드러냈다.
금속노조와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특별위원회 실행위원회가 8월 19일 오후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자동차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가 후원한 이날 토론회를 금속노조는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노동이 참여하는 정의로운 산업전환과 관련해 자동차업종을 중심으로 첫 번째 토론회를 연다”라며 “어떤 논의든 결과가 나온다. 핵심은 노동의 참여다. 들러리 서지 않겠다. 금속노조가 길을 만들겠다. 진지하게 만나고 함께 실천해보자”라고 전환의 주체인 노동자의 참여를 강조했다.
발제는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과 김상민 금속노조 정책실장이 맡았다. 한병화 연구위원은 국내외 자동차 산업전환 추세를 개괄하면서 한국이 앞선 수소차 부문에 정부, 업계, 노조가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민 노조 정책실장은 정부가 내놓은 산업전환 정책에 ▲자동차산업 전환 시나리오 불분명 ▲위기 기업과 노동자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부족 ▲질 나쁜 일자리 확산 우려 ▲부품사의 원청 종속 강화 ▲산업이 아니라 재벌·대기업 향한 정책 집중 ▲노동조합 배제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속노조와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특별위원회 실행위원회가 8월 19일 오후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자동차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있다. 김상민 노조 정책실장이 “경사노위든 뭐든 내용과 방향이 중요하다.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정의로운 전환으로 가기 위한 경로를 같이 논의하는 대화 틀이라고 서로 분명히 합의하고 출발한다면 어떤 형식이든 대화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라고 견해를 밝히고 있다. 변백선
김상민 정책실장은 ▲산업전환 과정에서 고용의 양과 질 유지를 ‘강제할 수준’의 정책 수립 ▲전직 지원 서비스 의무화와 비용지원 강화 ▲‘정의로운 전환 원칙’에 맞는 위기 기업·노동자 보호 재원 마련과 운영체계 수립 ▲독점 구조 해소 ▲전환 전 과정 노동조합 대등한 참여 보장 등을 내놨다. 김 실장은 ‘자동차산업의 정의로운 미래 전환을 위한 노사정 선언’을 논의의 시작점으로 삼자고 정부와 업계에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향후 10년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라면서, 미래차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동 유연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주홍 상무는 법제도 개선 예로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금지 ▲노조 부당노동행위 조항 신설 등을 들었다.
“기후위기 공동대응 산업ㆍ업종 중앙집중 교섭 필요”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본부장은 “김호규 위원장이 강조한 노동자 참여는 일터 민주주의와 부합한다”라면서, 기후위기 대응 조건으로 이해관계자 중심의 ‘일터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일터 민주주의는 “기업의 핵심 이해관계자인 노동자들이 기업 경영사항 전반과 자신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정희 본부장은 일터 민주주의에 기반한 이해관계자 공동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노동자를 ‘수동적 적응’ 대상으로 보지 말고 노동자를 결정과정에 참여하는 ‘적극적 대응’의 주체로 세우는 거버넌스 재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정희 본부장은 ‘정의로운 전환’의 구조적 제약 조건으로 ▲노동시장 유연화·분절화 ▲기업별 교섭체제 ▲노동배제 체제를 들면서, 기업 단위를 넘어 산업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위기라는 문제에 공동대응하기 위해서 산업·업종 수준의 중앙집중화하고, 조율한 단체교섭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정희 본부장은 산업·업종 수준의 중앙집중화 교섭을 위해 사용자 단체가 업계의 이해를 대표하는 역할을 넘어 업종별 단체교섭 당사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 측 토론자인 편도인 노동부 고용정책총괄과 과장과 이민우 산업부 자동차과 과장은 기존 정부 정책인 ‘공정한 노동 전환 정책’과 ‘자동차 부품기업 미래차 전환지원 전략’을 요약·발표했다.
이민우 과장은 금속노조의 정부 정책 비판에 대해 “산업부 업무는 기업지원에 한정돼 있다”라고 선을 그으며, “노동계는 탄소중립 시나리오 1안·2안·3안 중 어떤 시나리오를 희망하는지 견해를 명확히 밝혀달라”라고 요구했다.
토론회 막바지 사회자가 “경사노위나 탄소중립위원회에 업종별 협의회를 만든다면 참여할 의지가 있느냐”라고 묻자, 김상민 노조 정책실장은 “경사노위든 뭐든 내용과 방향이 중요하다.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정의로운 전환으로 가기 위한 경로를 같이 논의하는 대화 틀이라고 서로 분명히 합의하고 출발한다면 어떤 형식이든 대화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라고 답했다.
김상민 정책실장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주체들이 머리 맞대고 논의하고, 대등한 입장에서 정책 만들고 시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주체들도 노력하겠지만 국회가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야 한다. 오늘 토론회가 그런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라는 말로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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