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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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가 재벌의 횡포와 착취구조를 알리고 재벌규제 방안 마련을 촉구하기 위한 연속 토론회를 시작했다.
노조는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와 함께 5월25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이익은 회장님이, 손실은 국민이? 문제는 재벌이다’라는 제목으로 재벌개혁 1차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장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한 이날 토론회에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김성혁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장과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전국네트워크’ 정책위원장 김남근 변호사가 발제자로 나섰다.
재벌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노동 단위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이주호 전략기획단장,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이영록 정책실장, 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 임영국 사무처장,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이성종 정책실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정치인으로 이정미 정의당 국회의원 당선자가 참석했다.
이정미 당선자는 토론회 인사말에서 “20대 국회는 경제 불평등을 해소해 달라는 국민의 요청을 받았다”며 “오늘과 같은 토론회를 통해 재벌개혁의 기준이 모아지면 그 뜻을 받아 다른 야당과 함께 불평등 해소방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시민사회, 노동, 법률 분야 전문가인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이날 입을 모아 재벌의 원하청 불공정거래와 경제력 집중 폐해를 지적하고 각 분야 별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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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조가 재벌의 횡포와 착취구조를 알리고 재벌규제 방안 마련을 위한 연속 토론회를 시작했다. 노조가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와 함께 5월25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이익은 회장님이, 손실은 국민이? 문제는 재발이다'라는 제목으로 재벌개혁 1차 정책토론회를 열고 있다. 김형석 |
노조가 주최한 재벌개혁 1차 정책토론회에서 발제에 나선 전성인 교수는 “이제 경제민주화를 성장전략 차원에서 이해하고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진보 진영이 벌인 재벌개혁 관련 논의는 분배나 경제정의 차원에서 재벌 대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에 중점을 둔 반면, 전성인 교수는 보수 진영의 전유물처럼 여겼던 경제성장 전략에 경제민주화론을 접목했다.
경제민주화는 새로운 성장전략
전성인 교수는 경제성장을 위해 생산요소인 노동이나 자본 투입이 지속 증가하거나 기술수준이 향상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경제성장을 위해 자본 투입량을 지속해서 늘리는 전략을 택했다. 풍부한 양질의 노동력이 있지만 자본과 기술수준이 부족했기 때문에 투자확대로 생산을 늘리고 노동 생산성과 실질임금 상승까지 얻는 전략이다.
이 같은 전략은 국제 자본시장 통합과 노령화로 더 이상 먹히지 않게 됐다. 과거와 달리 한국 경제에서 자본 총공급은 충분한 상태임에 반해 노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노동 공급은 급속히 감소했다. 전 교수는 이를 ‘자본 과잉, 노동 희소’ 시대가 도래해 생산요소가 역전됐다고 설명했다.
전성인 교수는 “실물자본이 과잉인 경제에서 투자로 실물자본을 증가시키는 전략은 효율적인 성장전략이 될 수 없다”며 지속 경제성장을 위해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생산성을 올리는 인적 자본에 기반한 새로운 성장정책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 공급은 단순히 노동자 수만으로 측정하지 않고 노동자 기술수준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노동자 수가 고정이라면 숙련도가 향상할 때 노동공급은 증가하는 셈이다.
노동친화적 성장을 위한 정책 과제
전성인 교수는 경제민주화와 인적 자본 축적을 위해 ▲노동 친화적인 기업 정책 ▲갑-을 관계 개선과 동반성장 ▲가계부채 탕감 등을 제시했다. 전 교수는 “이 같은 경제민주화 정책들은 인적 자본 훼손을 방지하거나 축적을 장려한다는 의미에서 새로운 성장정책의 구체적인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전성인 교수는 노동 친화적인 기업 정책을 세 가지로 설명했다. 첫 번째 과제는 경영 참여 기회 확대다. 노동자들이 임금 동결이나 삭감, 납품단가 인하, 정리해고 등 자본가 못지않게 경영 악화 위험을 전가 받는 한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합리적(유인 부합적-incentive compatible)이라는 주장이다.
두 번째 과제는 같은 이유로 노동자에게 중요 경영 정보를 제공을 회사의 당연한 의무로 꼽았다. 회사 경영정보는 기존 경영진이 원칙적으로 독점하고 있으므로 이를 공유하기 위해 별도의 외부 요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되지 않는다. 특히 불리한 회사 정보는 감추려고 한다”며 “제도로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가 노동을 선 제공 하고도 회사 경영이 악화하면 약정된 임금을 전액 수령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해고당하는 이상 신분에 잠재적으로 영향을 미칠 불리한 경영 성과 정보를 제공받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끝으로 꼽은 과제는 실질 임금 인상이다. ‘효율성 임금이론’에 따르면 실질 임금이 높아질수록 노동생산성은 향상된다. 더구나 실질임금이 상승하면 가계 가처분 소득이 증가해 소비지출 등 내수가 활성화될 수 있어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
과다한 사내유보금 축적 그 자체가 부당
전성인 교수는 이 같은 과제 실현을 위해 과다하게 축적돼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인 사내유보금을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전성인 교수는 “재벌 대기업의 과다한 사내유보금은 노동자 임금인상 억제, 하청업체 납품단가 쥐어짜기 등 부당한 영향력 행사로 축적했을 수 있다”며 “이 경우 축적 자체가 정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과다’ 사내유보금 활용을 위해 ▲펀드 설정보다 기업 밖으로 배출 ▲기업의 투자 용도로 활용 금지 ▲주주배당 배제 ▲기업의 최대한 자발적 의사 장려 등의 원칙을 제시했다. 기업 밖 배출 통로로 ▲임금인상 ▲신규고용 증가 ▲납품단가 인상 ▲추가 세금 납부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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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성인 교수가 “재벌 대기업의 과다한 사내유보금은 노동자 임금인상 억제, 하청업체 납품단가 쥐어짜기 등 부당한 영향력 행사로 축적했을 수 있다”며 “이 경우 축적 자체가 정당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형석 |
김성혁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장은 ‘원하청불공정거래와 간접고용의 온상 재벌’을 주제로 발제했다. 김성혁 원장은 지난해 노조 울산지역공동위원회가 발간한 ‘원하청불공정거래 실태 및 대안’에 실린 송덕용 회계사 자료를 인용해 원하청불공정거래를 설명했다.
송덕용 회계사는 현대․기아차, 국내 30개 부품사와 해외 9개 사 재무제표로 납품단가와 수익성 추이를 비교, 분석해 주목받았다.
수익은 현대차가, 손실은 다단계 하청으로 전가
김성혁 원장은 “현대차, 기아차 수익성은 2000년 들어 업계 평균 정도를 유지했으나 2010년 이후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폭스바겐과 비교하면 영업이익률이 평균 3% 이상 높다”고 밝혔다.
현대차와 국내 하청업체 수익성을 비교하면 1차 벤더 대기업인 현대모비스 등은 꾸준히 9% 내외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현대차와 같은 수준이다. 1차 벤더 중기업은 현대차 대비 40~50% 수준 수익률을 유지하다 현대․기아차 수익성이 악화되면 따라가는 추세를 보인다. 이에 비해 2차 벤더는 현대, 기아차 수익성 추이와 상관없이 현대․기아차 수익률 대비 30% 아래에서 움직인다.
다른 나라는 완성차 업체와 부품 업체 수익률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해외 부품업체는 완성차 업체 수익률 변동에 따라 비슷하거나 더 나은 수익성 악화나 호전 양상을 보인다.
김성혁 원장은 1천만대 수준인 폭스바겐보다 2백만 대 이상 적게 판매하면서도 영업이익률은 3% 이상 높은 현대차의 높은 수익성 원인을 매출에서 차지하는 재료비 비율에서 찾았다.
현대차는 폭스바겐보다 재료비 비중이 10% 낮다. 이는 대부분 부품단가 차이에서 비롯한다는 설명이다. 현대차의 판매단가는 2006년 1,709만원에서 2014년 2,291만원까지 지속해서 크게 오른다. 대당 부품액은 2006년 1,074만원에서 2014년 1,096만원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
결국, 현대차만 수익을 내고 손실은 1차 벤더 대기업(수익률 6% 내외), 1차 벤더 중기업(수익률 4% 내외), 2차 벤더(수익률 2% 내외)로 내리 전가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김 원장은 “현대차는 물량이 늘어나면 단가 하락이 있어도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우리나라 부품업체는 인건비나 재료비 등 변동비 비율이 75%에 달해 그 효과는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원청이 주문 물량을 늘리고 총이익 규모 증가를 빌미로 납품단가를 내리더라도 하청기업 대주주는 만족할 수 있는 이익규모가 되지만 노동자는 수익률 저하로 인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단계 착취구조의 배경, 경영권 편법 승계
김성혁 원장은 이 같은 중소부품업체에 대한 착취구조의 배경으로 현대차의 3세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을 지목했다.
김 원장은 “정의선 부회장은 3세 경영권 승계를 위해 모비스 지분 확보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이노션, 글로비스, 현대엠코 등 가족회사를 확대해야 하는데 결국 가장 손쉬운 하청단가 통제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실제 현대차와 폭스바겐 손익계산서 비교에서 현대차는 폭스바겐보다 재료비 비율은 10% 낮지만 기타 경비 비율은 두 배 가량 높다. 정의선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글로비스(물류비), 이노션(광고비)으로 지출하는 부분이 크다는 뜻이다.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다.
이 같은 편법 거래를 막기 위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개정했고 정부는 시행령으로 대기업 총수 일가 지분이 상장 계열사 지분의 30%, 비상장 계열사 지분의 20% 이상인 경우 규제키로 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이 시행령이 발효되기 직전 막대한 금액에 글로비스와 이노션 지분을 매각한 결과 현재 정몽구, 정의선 부자 지분율은 각각 29.99%다. 규제기준보다 0.01% 낮다.
정의선 부회장이 애초 약 30억 원에 사들인 글로비스 지분 가치는 2014년 현재 약 3조6천600억 원으로 1,220배 이상 불어났다. 이런 식으로 지분 가치를 불리면 장차 현대차 순환출자 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대량 인수할 수 있다. 단돈 30억 원으로 현대차그룹 경영권을 인수하는 격이다.
김 원장은 재벌이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온상이 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를 위해 노동부가 3백인 이상 기업체를 전수 조사한 ‘고용형태 공시제 결과’를 분석했다.
발제 자료에 따르면 411개 재벌기업 계열사 노동자 200만 명 중 81만 명(41%)이 비정규직이며, 이 가운데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64만 명(32.2%)이다. 10대 재벌 노동자 130만 명 가운데 비정규직은 49만 명(37.7%)이고 이 중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40만 명(30.7%)으로 압도적 다수다.
김 원장은 “재벌기업이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온상이자 주범임을 알 수 있다”며 “저임금 장시간 노동 착취구조를 온존시키고 수직계열화로 납품단가를 조정해 한국 제조업 정체와 수출 하락 등 구조적인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이 단체결성, 원청과 교섭, 협약 맺어야
김남근 변호사는 재벌 거수기로 전락한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강조하며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원하청 불공정거래 문제에 대해 중소기업들이 중소기업 협동조합이나 단체를 결성해 납품단가 결정, 성과배분 등을 집단 교섭으로 풀라고 제안했다. 김 변호사는 이를 ‘상생교섭’, ‘동반성장 협상’으로 지칭하며 종속 관계가 심한 하도급 관계에서 중소기업들이 노동조합과 같은 단체를 만들어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벌이고 협약을 맺을 수 있도록 입법화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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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혁 원장이 “재벌기업이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온상이자 주범임을 알 수 있다”며 “저임금 장시간 노동 착취구조를 온존시키고 수직계열화로 납품단가를 조정해 한국 제조업 정체와 수출 하락 등 구조적인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형석 |
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재 이 같은 교섭을 담합행위로 처벌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벌이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 한다면 경제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 장치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해 김 변호사는 “법을 자세히 만든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고, 공정거래위원회 등 행정을 동원할 문제도 아닌 당사자 사이 대등한 교섭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이고 “이미 일부 대리점이나 가맹점 점주들은 원청과 교섭을 벌여 협약까지 맺은 경우가 있다”고 소개했다.
민주 노사관계, 산별교섭 정착해야 재벌개혁 가능
발제에 이어 토론자로 나선 이정미 당선자는 정의당 경제민주화 정책을 소개했다. 이 당선자는 “많은 국민이 재벌 대기업의 갑질을 느끼고 있는 만큼 경제민주화는 정치권의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며 “20대 국회에서 자포자기를 아닌 희망으로 바꾸고 억울한 국민이 없도록 경제민주화 단초를 만들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이성종 정책실장은 유통서비스업종 독과점을 비롯한 유통재벌의 무소불위 권력 남용 행태를 소개했다. 이 실장은 “대형 유통재벌은 중소영세기업이나 자영업자에 비해 워낙 규모가 크기 때문에 공정거래나 평등경쟁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신세계이마트의 경우 2011년 업체들로부터 챙긴 판매장려금이 5천억 원인데 이는 그해 순이익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고발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이주호 전략기획단장은 “의료민영화에 항상 나오는 얘기는 재벌이다. 삼성, 현대 등 의료계 빅 5는 이른바 군비경쟁을 주도하며 의료산업 독과점으로 의료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산별교섭 정상화 투쟁과 더불어 재벌개혁 투쟁도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질문과 토론에서 김남근 변호사는 “재벌 대기업일수록 민주 경영을 하는 않는데다 초기업단위 산별교섭에 나오지 않는다”며 “대기업 노조 이기주의를 거론하는 재벌대기업은 자기모순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민주 노사관계와 산별교섭이 정착해야 재벌개혁이 가능하다”며 “이런 의미에서 금속노조 그룹사 교섭 시도와 산별교섭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