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 철거 항의 기자회견
문씨 부인 실신 등 7명 다쳐
코로나 빌미 노동탄압 우려
고 문중원 기수 진상규명대책위 관계자들이 2일 서울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진행한 ‘문중원 열사 추모공간 폭력 침탈 규탄 기자회견’ 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시민단체가 한국마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며 세상을 떠난 문중원 기수의 분향소 강제 철거에 항의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는 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문중원 기수의 죽음에 대해 90일 넘게 외면으로 일관하더니 코로나19를 핑계로 추모공간마저 처참하게 철거했다”며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은 철거 과정에서 유족을 포함한 7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대책위에 따르면 당일 분향소 철거를 막던 문씨의 장인 오준식씨(63)가 병원으로 이송돼 전치 2주 진단을 받았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오씨는 “용역에 의해 처참하게 짓밟히며 내 몸도 난도질당하는 기분을 느꼈다”면서 “유가족을 폭력과 공포의 독 안으로 몰아넣은 일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잘못을 책임지고 유가족에게 사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종로구청은 지난달 27일 정부서울청사 앞에 있던 대책위 천막 1개동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
정의당 노동본부는 분향소 철거 당일 논평을 내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인해 희망버스도 취소하고 최소한으로 운영하던 분향소였다”며 “이번 침탈이 코로나바이러스를 빌미로 정부가 노동자들의 정당한 목소리마저 탄압하는 신호탄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 대책위와 문씨 유족은 다음날인 28일 청와대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이날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공공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자살을 막기 위한 노력이 문재인 정부에서 우선되어야 한다”며 “국가적 재난을 빌미로 해 인권과 민주주의를 막아왔던 이전 정권과 현 정권이 다르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유족과 피해를 입은 노동자, 시민사회에 고개 숙여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__부산경남경마 기수협회 소속이었던 문씨는 한국마사회의 내부 부조리를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지난해 11월29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책위는 오는 7일 문씨 사망 100일째를 맞아 과천경마공원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죽음을 멈추는 1000대 희망차량행진’을 연다.
